삶은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물건 하나에서 기쁨을 발견할 때 더 특별해진다.
내 방 한 켠, 책상 서랍, 가방 속에 늘 함께 있는 물건들.
사람들이 보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그 사소한 것들이
내게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고, 웃음을 건네주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귀여워서, 예뻐서, 나를 닮아서, 혹은 추억이 담겨 있어서.
그 물건들을 바라볼 때마다, 문득 미소가 지어진다.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것일지 몰라도, 나에겐 온기와 위로가 되는 존재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나만의 '웃음 버튼' 7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아무도 몰랐던 내 취향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내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채워주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나도 내 웃음 버튼을 찾아봐야겠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사소한 것’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소한 것들은 아주 충실하게 우리 삶을 밝히고 있다는 걸,
오늘 이 글로 증명해보고 싶다.
1. 내 삶의 귀염둥이, 웃음 유발 담당들
내 책상 위에 자리한 작고 말랑한 인형 하나.
이 인형은 몇 해 전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건데,
굳이 따지자면 ‘어린이용’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너무 좋다.
매일 아침 출근 준비 중 피곤할 때, 책상 앞에 앉아
그 인형을 한번 꾹 눌러주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소리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지만, 그 표정 하나가
“오늘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또 하나는 마트에서 덜컥 산 ‘바나나 모양 메모지’.
사실 메모지로서의 기능은 별로다. 자꾸 접히고 잃어버리기 쉽다.
그런데도 이 메모지는 나의 책상에서 절대 떠나지 않는다.
작은 바나나가 여기저기 붙어 있을 때마다
“내 하루도 이렇게 유쾌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요즘은 ‘LED 달 모양 조명’이 빼놓을 수 없다.
어두운 방 안에 조용히 켜두면,
기분이 울적하던 날에도 내 마음을 은은하게 감싸준다.
그 조명을 볼 때마다 내가 어릴 적 꾸었던
달나라 여행 꿈이 떠오르곤 한다. 상상력도 웃음을 만든다.
2.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좋아하게 된 것들
물건에는 종종 이야기가 담긴다.
예를 들어, 내가 아끼는 ‘손바닥만 한 접이식 빗’은
대학교 MT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연히 들른 시골 구멍가게에서 산 것이다.
그 날의 허탈함, 친구들과의 웃음,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그 빗 하나에 다 들어 있다.
그래서 그 빗을 꺼낼 때면 매번 기분이 좋아진다.
또 하나는 오래된 ‘영화 티켓’.
지금은 어디서도 상영하지 않는 영화지만,
그 날은 내가 처음 혼자 극장에 간 날이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경험.
그 티켓은 지갑 속에 꽂아두고 다니는데,
무언가에 겁이 날 때마다 꺼내 보면
“너 혼자서도 잘했잖아”라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최근엔 손에 익은 ‘구형 mp3 플레이어’도 다시 꺼냈다.
요즘 사람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지만,
이 조그만 기계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내내 들고 다니던 거다.
버튼이 뻑뻑하고 화면은 작지만,
이 안엔 그 시절 내가 듣던 노래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그 물건 하나로 연결되는 기분. 웃음도, 눈물도 함께 따라온다.
3. 그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건 아주 소소한 것들이다.
하나는 ‘향이 거의 다 빠진 디퓨저 병’.
사실 이제 향은 거의 나지 않지만,
그 디퓨저는 어떤 평온한 시기를 함께 보냈던 물건이다.
지금도 그 병을 보면, 그 시기의 나 자신이 떠오르고
조용한 안정감이 전해진다.
또 하나는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머그컵’.
친구가 여행 가서 선물로 사 온 것인데,
이상하게 생긴 캐릭터가 정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그 얼굴을 보다 보면 자꾸 웃음이 난다.
진지한 회의 전에도 이 머그컵을 보면 긴장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그냥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나를 위로해주는 고마운 존재.
그리고 끝으로, ‘마개가 안 맞는 펜’.
다른 펜에 비해 조금 번지긴 하지만,
유독 이 펜으로만 글을 쓰면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를 그 펜으로 써서인지
손에 쥐는 순간 왠지 감성이 차오른다.
쓸 때마다 글이 술술 잘 써지니까 웃음이 난다.
누가 보면 고장 난 펜이지만,
내게는 창작의 뮤즈 같은 존재다.
이렇게 7개의 소소한 물건을 소개했지만,
사실 이 물건들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내 감정의 일부분이고, 삶의 조각들이며,
어쩌면 내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는 친구들 같은 존재다.
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웃고,
그 웃음은 어느새 일상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런 ‘웃음 버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 오늘 방 한 켠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바라보길 바란다.
당신을 웃게 하는 그 무언가가,
이미 거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