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어쩌면 수백 번씩 혼잣말을 한다.
“이걸 왜 했지?”, “아, 깜빡했네”, “아휴 귀찮아”…
입 밖으로 나오는 말도 있고, 머릿속에만 맴도는 말도 있다.
누군가는 혼잣말을 산만함이라 부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나와 나 사이의 대화다.
그 혼잣말 속에는 후회와 반성, 걱정과 기대,
그리고 아주 작은 기쁨이 숨어 있다.
우리가 말로 꺼낼 틈이 없었던 감정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너무 부끄럽거나
사소하게 느껴졌던 생각들이
조용히 나를 스쳐간다.
그렇다면, 그 혼잣말들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거창한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날짜도, 제목도, 맞춤법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의 속마음을 흘려 쓰듯 적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진짜 감정이 손끝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 글에서는 ‘혼잣말을 기록하는 법’이라는
작지만 의미 있는 루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 안의 일기, 말 대신 글로 남긴 사적인 이야기들.
혼잣말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나에게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그 과정 말이다.
1. 내 머릿속 대화들을 붙잡는 시간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평범한 하루에도
머릿속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해야 할 일, 잊은 것들, 사람들과의 대화,
그날 있었던 작은 민망함까지.
그럴 때면 종종 혼잣말이 새어나온다.
“아, 왜 그랬을까?”
“그때 그냥 웃어줄 걸…”
이런 짧은 말들은 금세 사라지고 잊혀진다.
하지만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의 나,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 감정을 기록하면 나중에 돌이켜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혼잣말 기록하기’다.
핸드폰 메모앱을 켜고, 말 그대로 생각나는 말을 적는다.
문장이 안 돼도, 맞춤법이 틀려도 상관없다.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는 흔적만 남기면 된다.
놀랍게도 이렇게 적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감정들이 글 사이에 묻어난다.
기록이란 건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혼잣말을 적으며 알게 됐다.
2. 나만의 ‘비밀 노트’를 만드는 기쁨
혼잣말 기록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블로그나 SNS처럼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글이기에 마음이 더 편하다.
나는 이 글들을 따로 ‘비밀 노트’에 정리한다.
실제로 손글씨로 쓰는 날도 있고,
아예 단어만 모아두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오늘도 지쳤다. 근데 이유를 모르겠네.
그 말, 너무 차가웠다.
다음엔 나를 먼저 챙겨야지.
짧은 문장일 뿐인데, 이 노트에는
매일의 감정과 흐름이 그대로 담긴다.
이 기록을 몇 주, 몇 달 지나 다시 읽으면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정확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는 감정이 격해졌던 문장들도
시간이 흐르면 웃으며 돌아볼 수 있다.
아, 그땐 그랬지 하면서.
3. 혼잣말 기록은 나를 이해하는 연습
혼잣말을 적는다는 건 결국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조언을 구하거나
답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기록하며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감정을 누르지 않게 되었다.
예전엔 짜증이 나도, 실망해도
“이 정도는 괜찮아야지”라며 억눌렀다.
하지만 혼잣말 기록 속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무례해도, 투정 같아도,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록은
‘위로’가 된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내게 건넨 말이니까.
그 말은 어설퍼도
가장 진심이고, 가장 따뜻하다.
누군가는 이걸 보고
‘괜한 짓’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조용한 기록이
정말 큰 의미가 있다.
말로 하기 어려운 마음,
정리되지 않은 생각,
무심코 떠오른 감정들까지
전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조각들이니까.
혼잣말을 적는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는 시간이다.
혹시 당신도 오늘,
마음속에 무심코 스친 혼잣말이 있다면
그 말을 놓치지 말고 적어보길 바란다.
그 속에 당신도 몰랐던 ‘진짜 마음’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