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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3일 살기

by 봄가을겨울에 2025. 4. 17.

스마트폰 없이 사는 삶이 가능할까?
사실 한 번쯤 상상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꺼놓는’ 것만으로는
진짜 디지털 디톡스를 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스마트폰과 물리적인 거리를 두기로 했다.

며칠간의 짧은 도전, 단 3일간의 ‘스마트폰 없이 살기’.
일상을 구성하던 알람, 메시지, 지도, 카메라, 심지어 멍하니 스크롤하던 SNS까지 모두 사라진다.
빈틈이 많은 하루를 맞이할 생각에 조금은 불안했고,
한편으로는 기대됐다.

이 글은 그 3일간의 여정을 정리한 기록이다.
디지털이 아닌 감각으로 하루를 느끼며
새롭게 발견한 나의 리듬, 혼잣말, 무의식적인 습관들.
익숙했던 불편함 속에서
의외로 많은 위로와 자각이 함께 찾아왔다.

이제는 더는 ‘끊어야겠다’며 자책하지 않는다.
그저, 가끔은 조금 멀어져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스마트폰 없이 3일 살기
스마트폰 없이 3일 살기

1. 손이 허전했던 첫날: 불편함과 불안 사이

 

아침에 눈을 떴는데, 뭔가 이상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이 없으니
알람도 없고, 밤새 충전해 놓을 필요도 없었다.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찾는 손을 뻗었지만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둔 내 폰.
‘진짜 이걸 3일이나 못 쓴다고?’
막막함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출근 준비를 하며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날씨는 어떨까? 뉴스는?
메신저에 온 알림은?
지도 앱 없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일상은 생각보다 더 많은 순간
스마트폰에 기대고 있었다.
특히 출근길 지하철.
사람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스크롤을 내리는 그 틈에서
나 혼자 멀뚱멀뚱 창밖을 보게 됐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한 기분.
그 첫날은 참 길게만 느껴졌다.

 

2. 둘째 날의 기적: 감각이 돌아왔다


두 번째 날부터 변화가 느껴졌다.
아침에 여유가 생겼고,
음식을 먹을 때도 습관처럼 찍지 않게 됐다.
‘예쁘다’고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내 안에 저장되었다.

무의식적으로 SNS에 올릴 컷을 찍고,
해시태그를 생각하던 머릿속도 조용해졌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시간’이었다.
나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막상 폰 없이 살아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았다.

뉴스를 읽는 대신 책을 폈고,
SNS를 하던 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동네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옆집 베란다에 걸린 빨래,
카페 창가에 앉은 손님들.

모든 것이 너무나 ‘지금’에 머물러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디지털 없이도 충분히 꽉 찬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3. 마지막 날의 망설임: 다시 돌아가기 전에

셋째 날, 이상하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구나.”
그리웠던 폰이지만,
이 평화로운 일상이 너무 소중했다.

자기 전,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10분이었다.”

기록하지 않아도 남는 순간이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것.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가장 크게 바뀐 건
‘내가 무얼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더 선명하게 알게 됐다는 점이었다.

나는 빠른 정보보다 느린 대화를 좋아했고,
즉각적인 반응보다
하루를 곱씹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3일이었다.

 


디지털 디톡스는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알람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하며,
SNS에 사진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작고 단단한 균열 하나는 생겼다.
가끔은 폰 없이도 괜찮다는 걸
몸으로 기억한 채 살아가게 될 테니까.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와 더 가까워졌다.
속도를 줄이고,
깊이를 느끼고,
스스로의 ‘쉼’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

당신도 혹시 지쳐 있다면,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고
단 하루라도 조용한 세상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잊고 있던
소소하고 반가운 감각들이
슬며시 돌아올지도 모른다.